기본 정보
호밀밭의 반항아(2017). 미국
감독 : 대니 스트롱 / 드라마 / 12세 관람가 / 109분
주연 : 니콜라스 홀트, 조이 도이치, 사라 폴슨
영화 속으로
소설가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삶과 그의 명작 <호밀밭의 파수꾼>이 탄생하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부유한 집안의 반항기 가득한 제리 셀린저는 사교계 스타 우나 오닐을 보고 첫눈에 반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창작 수업을 들으며 습작에 혼신을 기울이지만 출판사에 보낸 원고는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작가로서의 꿈을 접을 수 없었던 제리는 계속해서 도전한 결과 마침내 단편 소설을 잡지에 실어 작가의 꿈을 이루고 우나와도 데이트를 하게 된다.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도 잠시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을 결정하게 되면서 제리도 전쟁에 나가게 되는데, 전쟁 경험은 이후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복무 중에 우나의 배신을 알리는 결혼 기사가 난 데다가 숱한 동료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돌아와서도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중 영적 스승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소설도 다시 써 나가기 시작하는데, 지난한 과정들을 거쳐 마침내 장편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출간되고 그는 유명세를 타게 된다.
작가라고 하기엔 너무나 말끔한 외모의 니콜라스 홀트는 유복한 집안의 반항기 어린 젊은 시절의 셀린저를 잘 소화해 낸다. 젊은 시절의 제리는 겉으론 무엇이든 가능할 것처럼 자신 만만하게 굴면서도 내면엔 불안과 의심을 지닌 인물이자 어쩌면 <호밀밭의 파수꾼>의 속의 인물을 가장 잘 묘사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습작을 하는 장면에선 누구나 마음먹는다고 될 수 있는 게 작가가 아닌데, 우나를 만나고 집필에 몰두하게 되는 과정은 누군가 그의 재능을 일깨워주기 위한 운명적 장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로서의 과정이 물 흐르듯 쉬운 일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인정을 받았어도 작가로서의 경력을 이어가는 문제는 실상 그리 순탄치 만은 않다는 것. 역량 문제를 넘어선 출판계의 사정과 이해관계, 사회의 분위기, 모든 것들이 기회의 문제에 있어서 작가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들이 현실적으로 다뤄져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로서의 성공 가도와는 별개로 셀린저는 많은 명성을 얻어갈수록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이미 전쟁에서 얻은 상처가 깊게 새겨진 데다 광팬들의 위협과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시달림 탓에 예민한 정신의 그는 점점 더 세상과 멀어져 간다. 결혼마저도 그를 고립에서 구해내지 못했는데,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지 결국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만다. 이제 남은 것은 글쓰기였고 그가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한 자아도 작가로서의 셀린저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앞으로 어떤 출판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하는데 그 결정을 지지해 주는 도로시와의 대화는 작가와 매니저를 넘어 인간 대 인간의 이해가 바탕이 된 흔치 않은 장면이라 생각한다.
아무런 보상도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것. 그것이 작가가 되려는 이들의 열망과 진지함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문장은 될 수 있어도 전업 작가, 그것도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인정받은 프로에겐 적용될 수 없는 말일텐데, 셀린저는 아랑곳 않고 처음의 각오로 돌아가고자 한다. 세간의 인정과 업계의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모든 작가의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바람이 아니었냐고 되묻는 듯하다.
영화는 전체적인 톤이며 영상의 분위기를 통해 20세기 중반을 다소 고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셀린저의 무대를 디자인하듯 그의 작업실이며 머무는 공간들에서 예술가적, 혹은 작가적 느낌을 고양시키면서 나머지 배경과 인물들은 다소 단순화시켰는데, 오로지 셀린저 한 인물에게만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인 듯싶었다..
말년의 셀린저가 펜을 붙잡고 마지막까지 써 내려간 글은 어떤 것이었으며, 자신이 만들었을 새로운 인물과 함께였는지, 작가로서 그가 원하는 삶을 살아갔는지.. 영원히 미지의 것으로 남겨질 셀린저의 반생은 이제 모두에게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졌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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