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라이프 1998, 일본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드라마, 판타지 / 전체관람가
주연 : 이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테라지마 스스무
▶ 줄거리와 감상
죽은 이들이 7일간 림보에 머물며 삶에서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하나씩 고르고 ,
그 기억이 재현된 영상을 보며, 되살아난 그 순간의 감정을 가지고 저세상으로 건너가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사흘 내에 단 한가지 추억을 골라야 하는데.
여러 좋은 추억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기억도 가지고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좀처럼 떠올릴 좋은 기억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회한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인생인데, 그런 감정 대신 가장 좋았던 기억만 가지고 떠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흘 동안 처음 골랐던 추억이 바뀌는 이들도 있고 끝끝내 어느 추억도 고르지 않는 이도 있다.
“제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라도 책임을 지려고요”
좋았던 추억 하나를 고르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한편으론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제쳐두는 일이 되기는 하는 건데.. 인생에서 잘한 일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상처주고 실망시킨 것 또한 나라면 좋은 추억 하나만 골라 가지고 가는 건
조금 이기적인 선택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내 삶이 그만큼 납작해져 버리는 느낌이 들 것도 같다.
차라리 다 잊어버리고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림보에서 일하며 다른 이들이 저 세상으로 가는 길을 돕는 이들 역시 죽은 사람들로 그들은 바로 어느 추억도 고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누군가와 이렇듯 할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아직 이승을 완전히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걸 알았어. 정말 멋진 일이야”
그들 중 주인공 모치즈키는 인생의 행복한 순간을 찾지 못해 50년을 림보에 머물렀지만, 자신이 누군가의 행복 속에 있었음을 알고 미련 없이 떠나는 선택을 한다. 행복 찾기를 좁은 나의 인생 안이 아닌 타인의 세계로까지 확장함으로 행복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은 이 영화의 대단한 발견이 아닐까. 행복의 가능성이 커진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복 역시 내 것처럼 소중히 다루게 될 테니까..
오래 전부터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꼭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내용 자체는 좋았지만 단조롭고 느리게 전개되는 영화 흐름 상 약간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 1998년 작품이라 그런가. 인생 속 한 장면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소품과 세트를 만들어 재현하는 것은 그 과정 자체가 갖는 의미도 있겠지만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 만든다면 영화 촬영을 위해 일일이 소품과 배경을 만드는 대신 훨씬 더 실제와 유사한 가상현실로 대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