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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바나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줄거리와 감상

by 본다면 2024. 3. 15.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The Breadwinner, 2017

감독 : 노라 투메이 / 캐나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 애니메이션 / 12세 이상 / 러닝타임 : 93분

출연 : 라라 새디크

원작 : 데보라 엘리스

 

▶ 줄거리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를 도와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파르바나. 어느 날 시장에서 큰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탈레반 단원에게 추궁을 당하고 아버지까지 위협을 받는데..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자가 남성의 동행 없이 바깥출입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큰 소리를 내는 것조차 문제가 되었다.

집안으로 들이닥친 탈레반 단원들은 금지된 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아버지를 잡아가고 가족은 여자들만 남게 되는데 당장의 생계가 막막하기만 하다. 아직 너무 어린 남동생에게 의지할 수도 없고, 근심하는 엄마와 언니를 보며, 파르바나는 마침내 용기를 낸다.

두건을-두른-소녀의-그림
파르바나

영화 속으로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정세와 더불어 느끼는 바가 많은 영화이다. 그렇다고 정치나 역사 같은 무거운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홀로 외출조차 금지되어 남성 없이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고단한 삶이 파르바나의 가족을 통해 전해진다. 교도소에 끌려간 아버지가 걱정되어 엄마와 파르바나는 길을 나서지만, 이내 순찰대에 들켜 부르카를 쓴 어머니는 심하게 두들겨 맞은 채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살아남을 방도가 막막한 상황에서 파르바나는 남장을 하고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하는데.. 당장 식구들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사고, 아버지가 팔던 물건을 가지고 나가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한다.

 

처음엔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던 파르바나는 그곳에서 역시 남장 중인 친구를 만나고, 여러 가지 조언도 듣게 된다. 아직 가장이 되기엔 너무 어린 나이지만, 파르바나는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아버지를 보러 갈 돈도 어느 정도 모아간다. 몸이 아픈 엄마에게 자꾸 보채는 동생을 위해 파르바나는 날마다 조금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을 사람들의 씨앗 포대를 훔쳐간 엘리펀트 킹이라는 무서운 괴물에 맞서는 한 아이의 이야기인데, 이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를테면 액자식 구성으로 스토리 역시 본 영화와 더불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야기 부분은 마치 동화책을 보는 것처럼 평면적인 화면으로 처리해서 색다른 느낌으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더 이상 어린 작은 딸의 고생을 볼 수만 없었던 어머니는 먼 곳에 사는 사촌에게 편지를 써 큰 딸 소라야를 시집보내는 대신 가족을 돌보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예정일보다 먼저 찾아온 사촌은 다짜고짜 지금 떠나야 한다며 가족들을 데리고 가는데.. 아버지를 만나겠다며 떠난 파르바나를 두고 갈 수 없던 엄마는 소라야와 함께 목숨을 걸고 사촌으로부터 빠져나온다. 길을 걷는 소라야와 엄마, 그리고 등에 업힌 남동생, 한편에선 인심 좋은 손님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구해 온 파르바나의 모습이 화면 안에 담기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너무 무겁지 않게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것은 매우 좋은 시도인 것 같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에 정서적으로 감응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파르바나는 스토리며, 영상, 그림까지 다 좋았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건 그렇게 눈물까지 흘릴 정도는 아니라, 과한 감정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영화이다. 영화 초반 아버지가 자신의 평화로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며, 여성들도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갈 수 있었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하루빨리 그런 시절이, 여성들에게 자유가 허용되는 아프가니스탄의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